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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인상 저항 줄이고 세수 안정" 다시 불붙은 '담뱃세 물가연동제'

김용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8.09 18:15

수정 2021.08.09 18:15

입법조사처, 국감 이슈 분석
"물가상승기 상대적 가격 하락
흡연율 억제 효과 기대 어려워"
국가채무 1000조원 시대를 앞두고 재정수입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선 담뱃세에 물가연동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물가상승에 따라 담뱃값이 상대적으로 하락해 흡연율을 억제하기 어려워지는 만큼 담뱃세 물가연동제를 통해 흡연율도 낮출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입법조사처 "담뱃세 물가연동제 도입해야"

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현재 4500원짜리 일반궐련 담배 1갑에 붙는 제세부담금은 3223.4원에 달한다. 개별소비세 594원, 부가가치세 409원, 담배소비세(지방세) 1007원, 지방교육세(지방세) 443원, 국민건강증진기금 부담금 841원, 폐기물 부담금 24.4원, 연초생산안정화기금 부담금 5원 등으로 각 세목이 정액으로 정해져 있다.

현행 담뱃세는 박근혜정부 때인 지난 2015년 1월부터 정부가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 담뱃세를 대폭 인상(담뱃값 2500원→4500원)하면서 만들어졌다. 세금을 올려 흡연율을 낮추겠다는 정부의 목표는 일정부분 성과를 거두고 있다. 실제 지난해 담배 판매량은 35억9000만갑으로 인상 전인 2014년 43억6000만갑보다 17.7% 줄었다.

그러나 국회 입법조사처는 '2021 국정감사 이슈 분석'을 통해 현행 담뱃세는 종량세 방식을 취해 정액의 명목금액으로 부과하고 있는 만큼 물가상승에 따라 실질가격이 하락하는 효과가 나타난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물가상승에 비해 담배 가격은 4500원이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흡연율을 억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질병관리본부의 지난해 국민건강영양조사·청소년건강행태조사를 보면 담배 가격이 오르면서 성인남성의 흡연율은 감소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22.4%)보다 높은 40%를 기록했다. 성인여성과 여학생 흡연율이 증가했고 흡연 시작연령이 남녀 모두 낮아지고 있어 금연정책은 여전히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입법조사처는 "담뱃세 물가연동제 도입 시 일정 기간마다 담뱃값을 인상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논란을 피할 수 있고, 물가상승에 따른 담배의 실질가격 하락을 방지해 흡연율 억제에 효과가 있을 수 있다"며 "특히 소비자의 세부담과 정부 세수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효과가 있어 재정수입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뜨겁게 덴 정부 "검토대상 아니다"

담뱃세에 물가연동제를 도입하자는 제안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실제 정부도 물가연동제 도입에 의지를 갖고 추진한 바 있다. 2014년 담뱃세 2000원 인상 논의 당시 기재부는 담배 실질가격이 하락하는 현상을 방지하고, 가격의 금연효과가 장기간 지속되도록 하기 위해 정부 입법으로 물가연동제 도입을 검토하기도 했다.

또 이미 담뱃세 물가연동제를 도입해 세수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있는 국가도 다수다. 영국이 대표적이다. 영국은 1990년대 담뱃세를 지속적으로 인상하는 '택스 에스컬레이터' 정책을 도입했다가 세수손실이 커지는 부작용을 겪었다. 이는 급격히 오른 담뱃값으로 인해 흡연자들이 담배 밀수시장으로 눈을 돌렸기 때문이다. 영국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01년 물가연동제를 도입, 세수손실률을 둔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성인 흡연율도 2000년 27%에서 2012년 19.3%, 2019년 13.9%로 유의미하게 하락했다.
호주와 뉴질랜드도 담배소비세 물가연동제를 시행 중이다.

그러나 올해 초 담뱃값 인상 논란에 뜨겁게 덴 정부는 담뱃세 물가연동제 도입에 대해 "검토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1월 '제5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에서 10년 내에 담뱃값을 두 배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담배 사재기 등 논란이 커지자 다음 달 당시 정세균 총리가 직접 추진계획이 없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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